단발머리 대통령 묘정

맑은 5월의 어느 주말. ‘마이오헤어’를 찾아가는 길이다. 대개 미용실은 대로변에 위치하기 마련인데 마이오헤어는 역삼역 부근 한적한 주택가를 따라 한참 걸어 들어가서야 나타났다. 그 여정은 마치 도로시가 노란 벽돌길을 따라 에메랄드성을 찾아 가는 듯한 묘한 기분을 자아냈다. 그리고 그곳에 단발머리 대통령 묘정이 있다.

얼마 전 <셀프 헤어 스타일링>이라는 책을 냈습니다. 독자 반응과 책을 쓴 동기가 궁금합니다.

셀프스타일링을 한 지 8년쯤 됐는데 언제부턴가 따라하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찾아보니 단발 머리와 고데기와 관련된 책이 없더라고요. 단발머리 스타일링의 정점을 찍고 싶었습니다. 한 번 해보자 하고서 시작하게 됐죠. 직접 머리하는 모습을 사진에 담았고 구성, 원고, 표지까지 90%는 제 손으로 했습니다. 해당 분야에서 베스트셀러에 올랐어요.

단발머리 스타일링의 정점을 찍고 싶었습니다”

단발머리대통령이란 별명은 인스타그램 팔로워들이 붙여준 별명인가요?

자칭으로 열 아홉에 붙인 닉네임이에요. 전 초등학교 때부터 단발머리만 했기 때문에 친구들이 단발머리 하면 묘정 이렇게 떠올리곤 했죠. 미용하는 사람들은 자기 예명을 짓잖아요. 그게 너무 어색하고 이상해서 난 내 이름이 좋다, 해서 묘정이라는 이름을 썼는데 조금 더 사람들에게 어필하려면 뭐가 있을까 하다가 스스로 단발머리대통령이라고 불렀어요.

원래 꿈이 헤어디자이너였어요?

그건 아니고 그림 그리기와 옷 만들기를 좋아했어요. 어렸을 때 집안 형편이 어려워서 중학교 1학년 때부터 돈을 벌었어요. 우유배달, 신문, 주유소, 전단지, 펍 등 안 해 본 일이 거의 없어요. 미술을 좋아해서 미술학원을 가려고 미용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던 건데 미용실 아르바이트가 가장 편하고 잘 맞아서 계속했습니다. 무엇을 해야 할 지 그때부터 알았던 것 같아요.

얼마 전 오픈한 마이오(MY.0)헤어를 소개해주세요.

여자들은 미용실에 머리만 하러 오는 게 스트레스를 풀러 오는 경우도 많잖아요. 그래서 일반적으로 꾸며진 미용실이 아니라 여성들이 사진 찍고 싶어하는 샵을 만들고 싶었어요. 카페 같은 컨셉으로 꾸몄고 하늘, 보라, 핑크 등 색을 쓰고 직접 그린 그림을 걸고, 돈이 부족해 한쪽은 타일로 꾸몄습니다. 기분전환이 되는 화사한 곳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스스로 감각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스무살에 디자이너가 되다 보니 나이도 어린 게 디자이너가 됐다고 우습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외모가 실력을 가리기도 했죠. 마이오헤어는 그런 편견을 깰 수 있는 기회가 될 거에요. 마이오라는 네이밍도 직접 했고 로고도 직접 만들었습니다. 홀로서기를 했지만 워킹맘도 할 수 있다는 것도 보여주고 싶어요”

MY.O헤어, 무슨 뜻인가요?

묘정이라는 이름에서 따 왔고 지금까지 지내온 날들을 점으로 표현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 유명한 헤어샵들은 원장 이름을 따는데 직원들과 함께 성장하고 싶어 제 이름을 내세우진 않았어요.

직원들의 표정이 참 밝아요.

우리 샵은 직원들 분위기가 너무 좋아요. 여기가 첫 사회생활인 친구들도 있는데 누나로서 언니로서 조언해주죠. 직원들의 모습을 직접 그린 이유도 사회라는 곳이 차갑기만 한 곳이 아니라는 걸 알려주고 싶었어요. 전 어린 나이에 일을 시작하면서 아주 많은 오너들을 만났는데 상처도 많이 받았어요. 하지만 그들 모두에게서 배울 점이 있더라고요. 그들의 단점을 보완하면서 직원들과 지내요. 사회생활을 일찍 시작하다 보니 아르바이트를 통해 사회생활을 어떻게 해야 되고, 어른들에게 어떻게 해야 하는지 현장에서 배웠습니다.

헤어디자이너 외에도 CEO, 모델, 강연, 글쓰기 등등 다양한 일들을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16명의 직원을 책임지는 CEO로서 힘드실 때도 많을텐데요.  

많죠. 중 1때 사회생활을 시작해서 아기 낳기 전까지 자기 시간을 가져본 적 없어요. 당연한 줄 알았는데, 주위에서 놀라더라구요. 돌아와보니 여행을 가거나 그 흔한 바닷가를 가본 적도 없었어요. 좀 즐겨야지 했을 땐 결혼을 하고 아기를 낳고, 샵을 오픈하고, 책을 쓰고…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잘 모르겠어요.

기본적으로 일을 좋아해요. 일하는 시간이 제일 행복하고, 힘들다고 징징대긴 하지만 회복력이 빨라요. 힘든 일이 생겨도 일주일은 넘질 않아요. 회복력이 빨라서 주위에서 다들 신기해하죠. 저보다 나이가 있으신 원장님들이나 주변 분들이 저를 만나고 싶어하시는 게 저를 만나면 에너지를 얻는다고 하세요.  

묘정쌤의 강점은 빠른 회복력이군요.

회복력도 빠르고 끈기가 있어요. 힘들어도 포기는 안 해요. 말로는 그만하고 싶다고 하면서도 며칠 지나면 리셋, 다시 시작하죠. 그리고 추진력이 좋습니다. 추진력이 좋아서 직원들이 말을 잘 못해요. 무엇이 필요하다고 하면 바로 준비해 놓는 스타일이라. 말로 뱉어 놓으면 하는 스타일이에요.

까다로운 고객은 없나요?

90%가 단골고객이고 예약손님이에요. 고객들은 절대적인 신뢰를 하기 때문에 클레임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머리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전체 스타일링을 추전 해 드리기 때문에 샵에 오면 “알아서 해 주세요”라는 말을 제일 많이 들어요. 가끔은 숏컷인데 예쁜 단발머리를 원하는 것과 같은 지나친 환상을 품고 오는 고객들이 있지만 그건 시간이 어쩔 수 없는 일이고요.

도전하고 싶은 다른 분야가 있다면?

마이오만의 코스메틱 브랜드를 만들고 싶고, 지금 준비 중입니다. 단발에 어울리는 메이크업 제품과 의류 등 전체 스타일링을 제안하는 토탈뷰티샵도요. 미용부터 네일아트, 의상 등등 츄리닝만 입고 와도 변신해서 나갈 수 있는 곳을 만들고 싶어요. 거기에 인생 샷을 찍을 수 있는 공간도 만들고 싶어요.

누군가를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일을 하는 묘정쌤이 생각하는 미(美)란 무엇인가요.

외모가 예쁜 것도 중요하지만 예쁘지 않아도 자기만의 개성이 있으면 거기서 나오는 고급스러움과 아우라가 있어요. 자신을 감추지 않고 자신이 가진 것들을 자신감 있게 드러내는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이 아름다워 보여요. 또 아무리 예뻐도 인성이 별로면 남자든 여자든 별로에요.

묘정처럼 되고 싶은 사람들이 많을 것 같은데요. 그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시나요.

누군가의 롤 모델이 된다는 게 감사하죠. 무엇보다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끝까지 포기하지 말라고 말합니다. 대부분 뭐가 하고 싶다는 얘기를 들어보면 90프로는 불만이에요. 하지만 정말 얼마나 노력을 하고 있는지 물어보면 다들 막연하다는 걸 발견합니다. 

앞으로의 게획은?

일을 줄이자, 샵 외에는 하지 말자인데요… 사실 이미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바디프로필 찍기에요. 그래서 열심히 몸을 만들고 있어요. 그리고 홈쇼핑을 계획 중입니다. 10대에 씨를 뿌려 지금 거두고 있는 만큼 멋있는 30대를 위해 열심히 씨를 뿌리는 중입니다. 30대 후반에는 자서전을 쓰고 싶어요.

책을 낸 이유도, 샵을 낸 이유도 딸입니다. 행복한 엄마로 남길 원하고 엄마가 필요한 순간 멋있는 엄마로 남고 싶어요. 무언가를 이뤄내서 엄마가 이렇게 성장하느라 애썼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사람들은 ‘갑자기’라고 얘기하는데 저는 ‘꾸준히’ 해 온 사람입니다”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길 원하세요.

사람들은 ‘갑자기’라고 얘기하는데 저는 ‘꾸준히’ 해 온 사람입니다. 미용 블로그를 하기 위해 열 여덞 살에 글짓기 학원을 다녔고, 말도 잘 못해서 가만히 눈치만 보던 사람이었는데 그걸 깨기 위해 웅변학원 다녔습니다. 어떻게 하면 인스타 팔로우를 늘릴 수 있냐고 묻지만 뭐든지 인생에서 갑자기란 없어요.

진실된 사람, 좋은 사람이라고 기억됐으면 좋겠어요. 저를 만나면 에너지를 얻는다고 말할 때 기분이 좋아요. 누군가 떠날 때 마음은 아프지만 진심으로 응원해주고 싶고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여기서 머리하고 나가는 사람들이 행복해서 나갔으면 좋겠어요. 숨어 있어도 고객이 찾아오는 헤어디자이너가 되고 싶은데 그 꿈은 이룬 것 같아요. 그리고 기부, 봉사활동에 관심이 많아서 나중에는 복지관을 세우고 싶어요. 지금도 봉사활동 카페를 만들어 활동 중입니다.

헤어디자이너 묘정. 그녀를 알기 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스타그램 속 사진과 성공 스토리를 듣고 그녀가 온실 속에서 곱게 자라 우연한 성공을 거머쥐었다고 오해한다. 그러나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그녀는 비바람을 견디며 성장해 온 뿌리깊은 나무임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나무는 지금 수많은 가지를 뻗고 꽃을 피우는 중이다. 상처마저도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묘정. 그녀가 가진 따뜻한 마음만큼 더 많이 행복하길 바래본다. https://youtu.be/N4213j4CbnQ (영상삽입)/유투부에 다양한 단발머리 스타일링 영상이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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